사랑의 이해(2023)
사수가 추천해서, 사회생활을 해볼까 싶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출근을 앞두고 늦게 잘 만큼 챙겨보게 되었다. 물론 드라마 자체가 적극적이지 않아서 지루한 시점들이 있지만 좋았다. 현실적인 얘기라 좋았고, 있을 법해서 마음을 많이 쓰면서 봤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것도 느끼고, 사랑이라는 그 감정에 모든 휩쓸리는 나약한 인간도 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던 생각이 나면서 풋풋함을 느끼기도 하고 추억의 쓰라림을 한껏 느끼며 봤다. 맥주까지 한 잔 걸치고 보면 이렇게 슬픈 드라마가 있을 수 있나 싶다. 모든 작품은 당시에 내가 어떤 기분이며, 어떤 감정을 갖고 있으며, 내가 이 작품 속에 누구에게 이입하는가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나 작품의 감상이 달라지게 된다. 참. 뭘 그렇게 사랑에 목메고 모든 걸 쏟아낼까 싶지만 그만큼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게 있을까 싶다. 재미가 있는 드라마는 아닌데, 이렇게까지 나를 울린 영상물이 있었나.
결국 나는 아직도 가정 만들기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생기는 사랑과 나에게 얼마나 이로운지를 따지는 이해 사이에 우리는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의 이해'는 사랑의 득실을 따지는 의미이기도 하면서 사랑과 이해를 대조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감정을 두고도 매 순간 인간은 이해를 따진다. 그것을 초월하는 순간이 생길 때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생각하지만, 결국 약간의 흥분을 내려놓고 나면 주저하는 일이 생기고 가정 놀이에 빠진다. 망각의 언덕에 오르면서도 끊임없이 가정을 하며 지난날을 반추하다 보면 깨닫지. 아무것도 잊지 않았구나. 시간은 확실하지만 효율이 아주 낮은 약이다.
지나간 사랑은 흔적처럼 남는다. … 죽을만큼 힘든건 아니지만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불쑥,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