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

오펜하이머(2023)

그난이 2023. 8. 22. 21:53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영화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좋았다. 다만 이 영화는 과학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떤 영화보다 더욱 사람에 집중한 이야기였다.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능력과 도덕성은 얼마나 무관한 영역인가. 사적 도덕성과 공적 도덕성을 과연 동일시 할 수 있는가. 압박감으로 가득 쌓인 공간에서 어떻게 탈출구를 찾아 가는가. 파괴자의 번뇌와 번뇌의 파괴. 인류의 역사를 바꾼. 누군가에게는 영웅이자 누군가에게는 무시무시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인간이다. 숭배의 대산이 된 성인을 제외하고는 인간은 모두 입체적 존재이며 단 하나의 면으로 평가되기에는 복잡하다. 사실 성인 조차도 입체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상대에 대한 평가를 얼마나 조심해야하는가를 보여준다. 내가 믿는 상대의 모습은 얼마나 피상적인 것이며, 내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얼마나 교만한 짓인가. 사람은 그 자체로 가진 성질이 있지만, 때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 이를 부정하는 순간 세상에는 인정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모든 것은. 예외가 있는 법이다. 어떤 법칙과 믿음과 신념도 결국.

제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