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나들이] 대전전통나래관(우리 동네에 신이 산다)
요즘 대전역 뒤편에 있는 소제동에 멋진 식당과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갔다. 날이 춥고 우중충했지만 아무렴 데이트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식당도 좋고 카페도 좋았지만 추위를 피해 들어간 대전전통나래관의 콘텐츠에 감탄을 하며 나왔다.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거지만, 어른들은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놀이들이 있었다. 대형 윷이 있어서 윷놀이를 즐길 수 있다. 옆에는 우산 꾸미기를 할 수 있고, 딱지 만들어서 딱지치기도 하고, 땅따먹기 게임을 할 수 있는 바닥도 준비되어 있으며 제기를 만들어서 제기차기도 할 수 있다. 한 가지씩 하고 있자니 동심으로 돌아간 거 같으면서 역시 철없이 노는 게 제일 재밌구나라는 걸 또 느꼈다.

3층 기획전시실에 가니 우리 동네에 신이 산다는 제목으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토속신앙 전시관이라고 봐도 된다. 예로부터 마을에서 모시던 신의 종류이며 그 특징을 설명해 준다. 이제는 소멸하고 있는 의식과 행사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계셨고 관심이 줄어드는 만큼 이런 전시가 의미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시를 소개하는 글이며 마치는 글의 문구가 참 마음을 건드렸다. 초입에는 "그 옛날 신들이 살았던 동네의 이야기 안에서 당신 곁에 가까이 있는 신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글이 쓰여있다. 말미에는 "우리 조상들의 생에도 그러했듯이 당신의 삶에도 늘 신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신이란 뭘까. 어디에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없다. 세계 각지에 다른 신이 있으며 그 모양이며 성격도 다르다. 존재함을 증명할 수 없기에 믿는 사람이 많고, 증명할 수 없기에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어떤 신이든 우리는 한 번쯤 빌어봤다. 떠오르는 해를 보고 빌든, 하늘에 떠있는 달을 향해 빌든, 십자가를 향해 빌든, 불상을 바라보며 빌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빌든.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소원을 빌었다. 안녕과 평안을 빌었으며, 사랑을 빌었고 건강을 빌었다. 때로는 사람이 신이 되기도 한다. 내 인생을 바칠 듯 사랑하는 연인이 있기도 하고 부모가 되면 아이가 곧 신이 되기도 하는 거 같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고 한들 인생의 앞날을 알 수는 없다. 사주로 내 미래를 점치더라도 그게 정확할리 없다. 그래서 신을 찾는다. 내 인생이 이랬으면 해서. 저랬으면 해서. 로또 1등이 당첨됐으면 해서. 어쩌면 한 없이 여린 인간의 마음 때문에 생긴게 신이기도 하다. 굳세고 의심이 없었다면 무엇을 위해 신에게 의지할까. 어쩌면 한 없이 착한 인간의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바라고 바라는 마음이 이뤄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 자녀가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 내 부모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 내 주변을 향한 사랑이 신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녀 간에 믿는 신이 다를 수 있다. 부부 간에도 다를 수 있다. 친구 간에도 다를 수 있다. 사람 간에 다른 신을 모시고 살겠지만, 결국 우리는 내 주변의 안녕을 바라고 산다는 것은 다 똑같다. 종교로 다투고 전쟁도 하고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의 가르침과는 멀어진 인간이 다시 한번 신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이의 안녕을 비는 인간은 어쩌면 같은 신을 모시고 사는 건 아닐까. "어디에나 있고 어느 곳에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