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들이] 우암사, 금련산

배산역에 내려 우암사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마을버스를 타고 보리암까지 올라가면 참 좋지만, 그건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우암사를 올라가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 저단기어로 운전하라는 안내판이 있다. 그렇게 가파른 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을 차로 올라가다가 차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다.
우암사에는 동굴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좁고 길며, 다른 하나는 넓고 짧다. 올라오는 길에 생긴 땀방울이 금방 식어버린다. 동굴 안에서는 입김까지 나온다. 그리고 은근히 무섭다. 동굴 안에는 저마다의 소원이 적혀 있다. 대부분이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글이었다. 그 위험한 길을 올라와서 자식 걱정을 한 마디 적어서 잘되길 비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깊은가. 내 평생에 그 깊이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평소에는 내 감을 따라 걸었지만 오늘은 왠지 지도를 따라서 빠르게 금련산을 오르고 싶었다. 그래서 지도가 알려준 길을 따라 걷기 위해 거친 풀들을 밟으며 지났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이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오늘만큼은 고민없이 가보자 싶어서 지도가 알려준 길을 따라 걸었는데, 잘못된 길이라니. 우리네 인생에도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수많은 참견과 조언으로 가득 찬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성공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게 행복하고 만족스러울까. 결국 인생은 내가 살아내야 한다. 오늘도 내 경험과 직관으로 길을 찾았다.
내가 고른 길은 아주 가파르고 쉴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땀을 내며 올라간 그 길이 싫지 않았다. 내가 골랐으니 불평할 수 없었다. 지도의 길이 막다른 길이 아니었더라도, 그 길에서 마주하는 모든 장애물과 걸림돌은 다 지도 탓으로 돌아갔을테다. 하지만 내가 고른 길이니 오롯이 받아들이기 쉬웠다. 수많은 거미줄을 온몸에 붙이며 금련산 헬기장까지 올랐다. 금련산의 정상은 볼 수 없다. 통신시설이 있어서 접근할 수 없다. 헬기장에서 좀 더 걸어가면 작은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금련산(413.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