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들이] 황령산

황령산은 전망대가 유명하다 보니 금련산과 해발고도 차이가 많이 날거라 생각했지만 13.4m 차이 난다. 금련산 헬기장까지 올라왔다면 황령산은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모험이 필요했다. 지도를 보니 황령산 편백나무숲이 있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들러보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나는 엉뚱한 곳으로 왔다. 계획과 다른 전개를 좋아하는 편이다. 뜻밖의 여정.
황령산에 이런 돌탑이 있을줄은 몰랐다. 장엄하다. 누구의 정성인가. 무슨 고민을 들고 와서 빌었을까. 무엇보다도 돌탑을 뒤로하고 조금만 오르면 큰 암석이 있다. 그 암석 위에 올라 보는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황령산 정상보다 그곳이 더 좋았다. 사진으로 담지 않았다. 정말 좋은 것은 눈에 담아야 한다. 다음에 오면 또 들르겠노라.

황령산 봉수대는 임진왜란 때도 쓰였다고 한다. 5개를 다 피우는 역사가 적었다면 좋았을텐데. 이 봉수대를 운영하기 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했다 하니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 알 수 있다. 황령산의 매력은 부산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동서남북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공중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다.
황령산 정상 근처의 도로에는 갓길에 차가 많이 있다. 그 차들의 사연이 궁금하다. 어떤 이는 얼마나 속상한 마음이 있길래 고독하게 삭히고 있을까. 저 연인은 얼마나 달콤한 마음을 녹이려 이 산에 왔을까. 나는 쓰디쓴 마음을 삼키려 여기까지 왔구나.
내려가는 길은 하염없이 무릎에 부담을 주는 내리막길이었다. 하지만 구레나룻 근처에 맺힌 땀이 기화되며 얻은 시원함이 좋았다. 내가 내려가는 사이에 많은 차들이 타이어의 고무 냄새를 풍기며 열심히 올라가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이 시원함을 누리지 못하리라. 힘들게 올라왔기에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다. 슬픔과 고통 없이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내 마음에 생긴 상처의 아픔이 큰 것도 내가 그동안 느낀 행복이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복이 작았다면 내 슬픔도 크지 않았으리라. 이 쓰림은 필연이자, 거대한 행복을 누렸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