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여행을 떠나며
나는 왜 떠나는가. 안정감으로 걱정은 없었지만 이별의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허덕이고 있을 때 친구가 여행을 권했다. 침전하는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던 친구가 세일즈를 잘한다. 또 잘 넘어가는 나는 쉽게 결심해버렸다. 해외를 가는 게 다소 복잡하지만, 그래도 즉흥적인 성격을 가진 나는 쉽게 내린 결론을 실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목적을 갖고 떠나기 마련이다.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해서, 모험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서, 다양한 체험으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각자의 이유를 만들어서 떠난다. 나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떠난다. 목표는 없다.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일을 시작하면 이렇게 긴 휴가를 얻지 못할 테니 그전에 20대 다운 여행을 하고 오고 싶다. 그래서 배낭을 메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비행기를 탄다.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 귀가 좋지 않아서 내리고 나면 기압차로 한동안 먹먹하여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이륙하는 순간의 쾌감이 있다. 비로소 내 두 발이 딛고 있는 땅으로부터의 분리될 때 나는 자유를 느낀다. 출장을 다닐 때 비행기나 헬기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이 단축되고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땅으로부터 멀어지는 순간이 좋았다. 또한 공중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변수로 겪는 진동과 울렁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안전한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다. 그 어디에도 안전장치는 없었지만.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떠난다. 익숙한 곳으로부터 벗어난다. 모든 상념과 상처는 나랑 같이 가자. 왕복 여행이 될지는 모르겠다. 가을밤의 비행. 이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