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와 여행

[스페인 여행] 마요르카 - 따뜻한 공기

그난이 2022. 10. 14. 06:45

지중해 서부에 있는 마요르카에 오니 확실히 따뜻하다. 저녁 바람도 차갑지 않다. 마요르카는 입국 수속이 없다. 여권을 손에 쥐고 있던 힘이 머쓱했다. 공항을 벗어나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우측에 A1버스 정류장이 있다. 앞에 티켓판매기 같이 보이는 게 있지만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버스를 놓칠까 봐 급한 마음에 탔다. 현금으로 5유로를 내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리면 된다.


내가 마요르카에서 묵을 숙소는 The Boc Hostels이다. 직원은 친절했다. 수건을 주지 않는다. 돈 내고 빌려야 한다. 2층 침대를 받았는데 저녁 먹으러 가면서 1층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방은 괜찮다. 보안이 철저한 점은 좋다. 2층에 주방과 세탁실이 있다. 내 방은 3층이다. 층마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침대에는 콘센트와 작은 등이 있다. 철제 옷장도 하나씩 있는데 크진 않고 잠그려면 로비에서 돈 내고 자물쇠를 빌려야 한다. 한국에서 가져온 자물쇠로는 잠기지 않는다. 고민이 된다.


저녁을 먹으려고 길을 나섰는데 먹을 게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마트인 Mercadona가 있어서 장을 봤다. 저녁으로 빠에야를 샀다. 데워먹으면 되는 것처럼 생겨서 사 와서 주방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웠는데 설익은 쌀 맛이 강하게 났다. 아마도 프라이팬에 한번 조리해서 먹는 거 같다. 그렇지만 외향적인 외국인들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내가 화구를 하나 차지하고 싶지 않았다. 이 태도는 고치고 돌아가야 할 텐데 과연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호스텔 가운데에 있는 이 공간이 참 운치 있다. 날씨는 춥지 않은 시원한 공기가 미풍으로 불어온다. 그리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알코올 도수가 1도밖에 안 되는 달큼한 맥주를 마시며, 원하는 축구 경기의 티켓을 구하기를 애쓰며,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새로운 공간을 느끼고 있다.


문득 마요르카 대성당의 야경이 궁금했다. 10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어서 고민됐지만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밤거리에 사람이 많았다. 특히 Plaça Major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으로 가게가 많았으며 분위기가 좋았다. 볼품없이 걷는 동양인 남성이다 보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서 밤거리를 별일 없이 걷고 오긴 했지만 계속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성당에 도착하니 압도되었다. 밤 중에 높게 솟은 웅장한 성당은 경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낮에 자세히 보고 싶어 졌다. 내부도 궁금하다. 밖에서 보기에는 창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빛을 모았을까. 해가 뜨면 해결해보기로 하자. 마요르카는 곳곳의 건물에 멋이 담겨있다. 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싶어졌다. 건물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행복해하실텐데. 그럴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도미토리에서는 처음 잔다. 나는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니 시끌벅적한 테라스에 가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4인실을 혼자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욕실이 소중하다. 온갖 먼지가 내 신경을 건들 것이다. 이번 여행은 쉽지 않겠다. 앞으로 돈을 아끼려면 도미토리를 찾아다닐 텐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는구나. 이 밤이 되도록 내일 뭐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저 이 밤을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