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톨레도 - 사진 찍기 좋은 마드리드 근교

수면시간은 5시간을 겨우 채웠다. 그래도 일어났다. 어제 필리핀 친구와 톨레도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래 9시에 로비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눈을 뜨니 10시로 미뤄져 있었다. 좋은 일이다. 나는 조식을 먹고 여유 있게 준비했다. 어젯밤에 동행이 오늘 춥다는 얘기를 해줘서 단단히 준비를 했다. 그리고 길을 나섰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덥기까지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옷을 따뜻하게 준비하는 것은 추운 것보다 낫다. 필리핀 친구의 고향 친구이자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셋이서 톨레도로 가기 위해 아토차 기차역으로 갔다.

예매를 하기 위해 갔는데 돌아오는 기차가 9시 30분밖에 없었다. 아니 이를 어쩐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새 친구에게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래서 세고비아를 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세고비아는 한 시간 반이 걸린다. 버스를 타고 톨레도를 갈까 했다. 버스는 없었다. 그렇게 갈피를 잃고 있다가 다시 티켓 기계로 알아보겠다고 하고 갔는데 3시간만 있다가 올 수 있는 기차에 좌석이 생겼다. 친구들에게 말을 하고 다시 티켓 기계로 돌아왔다. 우리보다 먼저 티켓 기계에 간 일행 네 명이 톨레도행 열차를 구하고 있었다. 똑같은 시간으로. 그리고 우리는 조금 떨어진 기계에서 좌석 예매를 시작했다. 아주 빠르게 했다. 여권정보와 연락처를 입력하고 예매를 마쳤다. 수강신청을 하루 이틀 하지 않았다. 과연 톨레도행을 구하던 그 일행은 예매를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톨레도에 도착하니 일단 청명한 하늘이 반겼다. 그리고 고풍의 기차역이 또 인사했다. 걸어가는 무리를 따라 걸었다. 경치가 아주 좋았다. 그곳부터 본격적으로 톨레도를 즐길 수 있었다. 걷다가 느낀 것은 다 같이 단체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걸었다. 길을 잃을 위험은 없었다. 날씨와 잘 어우러진 건물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어제 늦게까지 놀아서 피곤해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오길 잘했다.

필리핀 친구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영상 찍는 것도 좋아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스토리가 하루에 몇 개씩 된다. 그러다 보니 내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았다. 덕분에 좋은 사진을 많이 남겼다. 나중에 달라고 해야지. 온통 건물이 아름다웠다. 어디서 찍든 멋진 배경이 있었다. 친구들이 착했다. 본인들끼리 필리핀어로 얘기를 하고 나면 꼭 설명을 해줬다. 물론 그 설명을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고마웠다. 나도 같이 여행을 한다는 느낌을 줬다.

톨레도 대성당을 지났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들어갈 생각도 없다. 그저 지나갔다. 톨레도에 꼭 봐야 할 것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기억은 좋다. 사진 찍기 좋고, 날씨가 좋고, 같이 하는 사람도 좋았다. 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함께 나는 톨레도를 다녀왔다. 길지 않았지만 충분히 봤다고 생각한다. 어제 한국 친구가 톨레도의 석양이 그렇게 좋다고 추천했지만, 나는 볼 수 없었다. 아쉽지만, 그렇다고 더 시간을 보내기도 애매했다. 피곤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졸았다. 평소보다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피곤했다.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4시에 먹는 점심이다.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기는 그랬고, 레티로 공원을 가는 길에 스페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식당을 들어갔다. 아주 불만족스러웠다. 음식은 나쁘지 않았지만 서비스가 불친절했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한 번 요청해서 들어주는 법이 없다. 그리고 야외에 앉으면 비둘기가 너무 많다. 이런 식당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나와서 llaollao에 가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 프랜차이즈는 모두가 추천을 했다.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서 파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맛이 월등하지는 않지만 여러 토핑을 얹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티로 공원으로 왔다. 낮에 보는 레티로 공원도 좋지만, 지는 해를 받은 공원도 멋스러웠다. 며칠 사이에 단풍이 진해졌다. 낙엽은 거리에 쌓였으며 공기는 차가워졌다. 작별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렇게 오늘을 함께한 친구와도 헤어졌다. 기꺼이 친구를 위해 가이드가 되어준 나에게도 고마운 친구다. 휴일에 여행을 같이 한다니. 보통 정성이 아니라고 느꼈다. 세상에는 슬픈 일도 많지만 감사해야 할 일도 많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사진을 전달했다. 작은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호스텔로 돌아왔다. 피곤하지만 저녁은 먹어야 했다. 전에 봐 둔 감자튀김 가게를 갔다. 고민을 하다가 오늘 고기를 안 먹었으니 폴드 포크 감자튀김을 시켰다. 실수였다. 원래 가게의 메뉴 중에서 제일 비싼 건 시키는 게 아닌데, 고기에 이끌려 욕심을 부렸다. 너무 짜서 결국 고기를 남겼다. 감자도 겨우 다 먹었다. 감자튀김 위에 소금을 뿌리고 마요네즈와 소스를 뿌리고 다시 감자튀김을 올리고 소금을 뿌리고 양념된 고기를 얹는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소스를 뿌린다. 안 짤 수가 없다.

6인실을 바꾸면서 받은 보상 중에 하나인 무료 맥주 쿠폰을 쓸 때가 되었다. 내일은 마드리드를 떠나니 오늘 써야 한다. 결국 하나 시키고 글을 쓴다. 친구는 글을 쓸 때 술을 마신다고 한다. 글이 잘 써진다나 뭐라나. 나는 술이 회로를 정지시키는데 일조하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렴 괜찮은 맥주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에, 좋은 시간을 갖고 돌아와 혼자 보내는 이 시간이 만족스러워서 그런 거 같다. 그래 오늘도 좋았지. 내일도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