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고행
그난이
2023. 2. 13. 19:33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힘든 감정을 멈추는 것도 기쁜 감정을 주체하는 것도 어느 하나 조절할 수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힘들어하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매일밤마다 맥주를 까고, 슬픈 노래를 듣고, 울음을 삼키고 나는 더 우울에 빠진다. 어젯밤도 그랬다.
어쩌면 힘들어하기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친구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쩌면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은 나의 강박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고행. 연애할 때 내가 고생을 해야만 내 애정이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한 것처럼 이별 앞에서도 같은 태도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강단 같은 것은 배우지 못했다. 나는 성장을 이루지 못했구나. 이 아픈 이별이 나에게 거름이 되지 않았다.
현재를 막지 못한 나에 대한 참회인지, 떠나간 상대에게 죄책감이라도 느끼길 바라는 투정인지. 나에게 미안해야 한다는데 그것도 어렵다. 6개월이 지났다. 고행을 그만두고 싶은지, 똥고집을 지키고 싶은지 나는 모르겠다. 작은 다짐을 하며 이 고뇌를 끝내자. 밤마다 혼자 술 마시며 뒤를 돌아보는 그 어리석은 짓을 멈추자. 찬바람도 눈을 뜨고 입을 벌리며 맞으리. 앞으로 고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