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살인자의 기억법(2013, 김영하)
그난이
2023. 3. 19. 21:57
알츠하이머 환자는 본인이 살인자였음을 잊지 않는다. 다른 기억은 잊더라도 자신이 살인을 하며 쾌락을 즐겼다는 사실은 놓칠 수 없다. 그 행위로 인한 쾌락이 곧 자신을 설명하는 정체성이었다. 이토록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오히려 재밌다. 저 노인네의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사람에게 의심하지 않는 나의 버릇은 책을 읽으면서도 나왔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참 쉽게 읽힌다.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서 점심시간에 쉴 때 읽다 보니 그 속도가 지지부진했지만, 이왕이면 단숨에 읽어버릴 걸 후회한다. 내가 기록하는 모든 것이 사실에 기반하여 쓰이길 바란다. 우스워지지 않도록.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