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칸 반도로의 도피(2023, 석지호)
그난이
2023. 11. 26. 14:26
나는 문학적 감성을 가진 이과 인재를 부러워한다. 둘째 형이 그랬다. 공학박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책에 조예가 깊고 쓰는 글들이 멋졌다. 그래서 학위논문을 쓰며 붙인 지인들에게 쓰는 글을 몇 번이고 읽은 적이 있다. 이 친구도 그렇다. 단순히 똑똑하기보다 감각이 있는 사람이 쓰는 글이다. 이 친구의 몇 마디에 나는 유럽여행을 한 달간 다녀왔다. 그리고 그는 얼마 이후 발칸 반도를 다녀왔다.
여행기를 잘 쓴다는 것은 여행을 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결국 많은 상상 끝에 고른 하나의 소재가 다수의 시선과 일치하면서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이 뛰어나다. 비슷한 관점인듯 하면서 남들은 불편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거북하지 않게 하는 재주, 부러운 능력이다. 그렇다고 발칸 반도가 가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저자가 더 오래 여행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굳이 밟고 싶지 않은 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다. 그래서 요즘 여행유투버가 그리도 많은가 싶기도 하다.
어느새 꿈보다 키가 커지고, 마음은 몸보다 작아진 어른이 지하철 창가에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