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에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인간다운 기계가 발명되고, 인간만큼 똑똑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인간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꿋꿋이 디지털로부터 멀어지려는 클론 선이와 가장 인간다운 휴머노이드인 철이. 다정한 아빠이자 연구자에서 인간의 영욕을 드러내는 최박사까지. 야망과 꿈이 있는 인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술 혁신을 이뤄내고 그저 신선놀음만 하면 되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렇게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결국 남는 것은 거대한 인공지능과 그 복합체뿐. 인간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인간의 정신마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 아니 사라짐을 알고, 끝을 아는 그 인지능력이야말로 인간인가. 조금은 시시하다 싶은 이야기가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인간다움의 작별인사는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철이의 작별처럼 쓸쓸한. 하지만 그 끝을 아는 인사. 그리고 끝을 알기에 느낄 수 있는 남은 시간에 대한 생동감. 어쩌면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는 레이스에서 지나온 길을 볼 수 있고, 종착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사랑하며, 다투고, 헤어지며,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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