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을 다녀왔다. 제법 멋진 행사였다. 흥겨운 결혼식이라서 보기 좋았다. 그 친구를 닮은 시간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늘 유쾌했다. 그런 에너지가 참 좋았다. 오랜만에 반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하다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저녁인데 아직 밝았다. 그래도 외출로 지쳤고 개운하게 씻고 누웠다. 갑자기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올라올래? 일주일 전부터 만나자고 했으면 부담스러워서 피했을 텐데 이런 즉흥적인 제안은 참지 못한다. 마치 가지 않는다고 하면 중요한 승부에서 진 기분마저 든다. 결국 나는 질 수 없었고 짐을 쌌다. 간다. 올라온 길을 내려간다.

밤 11시가 되어 친구를 만났다. 바람이 시원했다. 청바지 위에 입은 긴팔티. 온도에 적합한 옷차림이었다. 약간의 옷이 들어 있어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백팩도 좋았다. 여의도공원을 지나서 한강공원을 걸었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도 있고, 돗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사람도 많았다. 주황빛 조명이 길을 비춘다. 높은 건물들이 나를 감싸는데 무섭다기보다는 안전하다는 기분이 든다. 낮의 서울과 밤의 서울은 참 다르다. 물길이 많아서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63 빌딩을 찍고 친구 집으로 향했다. 집 밑에 있는 맥주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들어갔다. 그 사이에 이사를 해서 누군가를 재워주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춘 집이었다. 덕분에 쾌적하게 잘 수 있었다. 어느덧 새벽 3시였다. 알람은 끄고 자자.

어릴 적에 식품회사 다니는 친척이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다. 집에 맛있는 과자가 많았고 라면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학교에 와서 삼촌이 집에 와서 라면과 과자를 한 박스 씩 주고 갔다는 자랑을 늘어놓는 친구가 있었다. 명절이 지나면 그 자랑을 지나치는 법이 없었지만, 그 자랑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회사에 다니는 친구도 생겼고 덕분에 처음 보는 라면으로 해장을 했다. 어디를 갈지 모르지만 일단 나가자.

미국에서 최고의 버거상을 수상한 집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성수로 갔다. Bored&Hungry. 배고플 때 들어갔는데 맛은 지루하지 않았다. 여러 찬사를 낼만한 맛이었다. 누군가 맛있는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면 이곳을 꼭 추천할 거다. 새우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은 차원이 달랐다. 감자튀김과 옥수수도 맛있어서 떠나기 아쉬웠다. 오래 기억하려고 스티커를 받아서 핸드폰에 붙였다. 핸드폰 뒷면을 차지하는 스티커가 가능한 한 빨리 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성수에는 팝업스토어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짜파게티 팝업, 투게더 팝업, 유쏘풀 팝업, 선양 팝업, 진로 팝업 등 온갖 브랜드 팝업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에 이걸 즐긴다는 건 착오였다. 대기가 300팀이나 되는 곳도 있어서 제대로 즐긴 것은 농협투자증권에서 운영하는 N2, Night이라는 공간이었다. 야외에 누워서 쉴 수 있는 곳을 준비해 뒀고 안으로 들어가면 안락한 공간에서 개인별로 체질검사를 하고 그에 맞는 차와 간식을 제공해 줬다. 과연 이 공간을 통해서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봤지만 모르겠다. 밤에는 경제나 인문학 강의를 주최한다고 하니 또 오고 싶어졌다. 농협이라는 곳이 어른들에게 친숙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성분들이 열심히 안내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주셨다. 저분들은 어디서 섭외할지도 궁금했다.

팝업을 돌다가 지쳤다. 기다려도 오늘 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다른 친구들을 같이 보기 위해 용산으로 넘어갔다. 나는 피로를 풀기 위해 카페인이 필요했고 날씨가 좋으니 루프탑 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더할 나위 없었다. 곳곳에 녹색 나무가 생그러 움을 더했고 높은 건물들과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는 현대미를 더했으며 이 넓은 공간을 흐르는 시원한 바람이 모든 것을 완성시켰다. 멀리는 남산타워가 보였다. 여유롭다는 말이 절로 나왔고 마치 휴가로 멀리 온 기분이었다. 어젯밤에 출발해서 이런 여유를 누리고 있자니 색달랐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하면서 쫀득한 휘낭시에가 있었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네 명이 되었다. 나는 내려가는 기차를 구하기 위해 수시로 핸드폰을 켰다. 결국 하나를 구하고 마음 편하게 즐겼다. 약 1년 만에 모였고 술을 마셨다. 셋은 직장을 다니고 하나는 사업 준비를 하다가 취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다 나보다 어리지만 그래서 그런지 유치한 재미가 있다. 높아지는 목소리만큼이나 즐겁지만 또 그만큼 금방 피곤해진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지만 각각이 마주한 삶의 어려움을 함부로 재단할 수도 없다. 좋은 직장에 출근하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밤마다 혼자 술을 기울이는 이 청년의 고달픔을 보고 내가 쉽게 충고하기 어렵다. 그의 자유분방함이 어쩌면 삶이 어려워서 잠깐이라도 탈피하고자 욕구는 아닐까. 나와 다른 가치관이 있다고 굳이 거리를 둘 필요도 없다. 이런 관계 속에서 서로의 가치관을 넘나들지 않으면 그만이다.

매일 만나고 어울린다면 근묵자흑을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한때 동고동락하던 사이가 오래간만에 모여 회포를 푼다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덕분에 세상의 변화도 체감을 하고 사람들이 사는 얘기도 접한다. 평소에 내가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면 터널 안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는 안전하지만, 내가 보는 것은 저 멀리 출구에서 들어오는 작은 빛에 불과하다. 종종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자면 출구가 끝나고 다음 출구 사이에 볼 수 있는 다른 풍경이다. 어차피 나는 내 갈길을 가지만 계속 터널 안에만 있자면 답답하고 내가 어디쯤 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혼자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일같이 어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가 왔다고 반갑다고 맞이해 주고 웃고 떠들다 보면 그 자체로 즐거울 뿐이다.

집에 간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걷는다. 출근은 싫지만, 즉흥적으로 떠난 주말이 제법 만족스럽다. 4월이 가고 5월이 온다. 올해도 3분의 1이 지났다. 친구가 서울로 이직하라고 자꾸 옆구리를 찔렀지만, 여행으로 가기 딱 좋다. 멀리 가지 않고 이직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산속의 시원한 공기를 맞는다.

1. 맛 : 달래된장국을 먹는 순간 없던 입맛도 생긴다.
2. 가격 : 제육백반 12,000원
3. 총평 : 집밥느낌이 물씬

1. 맛 : 두부전골이 깔끔하니 맛있고 청국장은 삼삼하니 건강하다.
2. 가격 : 두부버섯전골 2인 35,000원, 청국장 15,000원
3. 총평 : 축구보러 갈때 가기 좋은 곳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