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퇴사
두 번째 퇴사. 3년에 가까운 방황이라는 표현도 들었으나, 나의 길을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어려운 길이겠지만, 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궤도에 오르려면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왕 버텨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버티고 싶어졌다. 백만 원이 넘는 월급을 포기하고, 연고가 없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20년 후를 생각해 봤을 때 내가 원하는 그림은 지금 있는 곳에서 그릴 수 없었다.
고향을 다시 떠난다. 돌아온 지 3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 회사로 옮기고 내 앞의 실장님을 보면서 10년, 부장님을 보면서 20년을 그리게 되었다. 그분들의 업무 능력과 인간성은 훌륭했지만, 나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먹고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급여. 가족을 꾸리고 살기에 적당한 거주 여건. 이러한 가치도 소중하지만, 정부를 상대하고 기관의 성장에 나의 목표를 맞추고 산다는 것에서 서글픈 면을 보았다. 나의 성장은 찾기 어려웠다.
공부라는 것. 연구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보려 한다.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부단히 공부하고 배워 나가면 언젠가 내게도 통찰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 작지만 어려운 꿈을 위해 나는 두 번째 퇴사를 한다. 통찰력이 있는 친절한 사람. 차분히 준비하고 기회를 살려서 한 번뿐인 삶을 보람 있게 살아봐야지. 그리고 이제는 퇴사라는 단어를 삼키면서 살겠노라 다짐한다. 묵묵히 버텨야 할 시간이 도래하였다.
새 삶
일렁이는 아지랑이 같은 감정.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올바른 선택인지를 두고 한참을 씨름하는 번민. 정답이 있기는 할까. 내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방법뿐이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그려내야지.
습한 더위와 뜨거운 태양 아래 피어난 하얀 장미. 꽃을 피워내기까지 견뎌야 할 많은 시련. 내가 갖고 있던 것을 뒤로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향해 가보려 한다. 이 땅 위에 핀 장미가 아름답다. 새 삶에 축복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