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연휴를 지나며 살만 찌웠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으니 지키지 않은 것도 없다. 차분한 노래를 틀고 주말을 마무리하니 제법 울적하면서도 편안하다. 다가오는 평일에는 어떤 일이 한숨짓게 할까. 출근을 하기 싫고 벗어나고 싶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이게 최선인가 라는 의구심만 키운다. 나에게 더 좋은 곳은 없을까. 끝없는 비교 속에서 행복은 한걸음 더 멀어졌다. 닿을 수 있을까? 무탈한 일상이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변화와 상승에 대한 욕구는 잠재워지지 않는다.
부족한 잠을 물리치고 몸을 깨끗하게 씻고 출근을 하면서 이따금씩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인생의 낙이라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퇴근길의 노을 진 하늘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이 인생의 낙이라면, 고단한 평일을 보내고 다가오는 주말을 기대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면, 주기적으로 낙이 찾아오는 삶이기에 살만한가. 그렇다고 하기엔 출근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장벽이 참 높다. 내가 헤쳐나갈 내일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적당한 하루가 되면 좋겠다.
출근
2025. 2. 2. 22:15
정의
2025. 1. 29. 00:52
겸손
2024. 12. 28. 00:34
주식으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큰 수익을 내는 첫 경험의 흥분으로 스스로 게임에 빠졌다. 한해의 수확물을 내다 버렸다. 이성의 마비와 공포를 머리에 새겼다.
부동산이 폭등하는 시기에 집을 구매하지 못해 노후에 머물 집 없이 퇴직한 어른이 있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생긴 나머지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런지 알 거 같다. 떠나간 열차를 잡으려다 넘어진다.
높은 수익률로 늘어나는 잔고를 보고 있으면 나에게 돈을 늘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숫자에 현실감각이 없어진다. 쉼 없이 오가는 거래 물살에 휩쓸린다. 결국 남은 것은 피폐해진 정신이다.
1년 간의 꿈을 꾸고 왔다. 입출금 통장에 놓아둔 것처럼 처음의 상태로 돌아왔고 남아서 다행이지만 잃은 것에 속이 쓰리다. 투자는 하지 말라던 사주풀이 사장님이 뭘 알고 하는 얘기였나 싶다. 떠나간 것에 미련을 크게 갖는 습성이 주식에도 남아있어 잠을 이루기 힘들다.
겸손하자. 그 무엇에도 겸손해야 한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은 나를 어렵게 해 왔다. 막연한 기대감은 실망만 안겼다. 마냥 행복해진다는 건 불가능하구나. 수행하듯. 겸손하게. 정진하는 삶이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