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양도소득세를 내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큰 수익을 내는 첫 경험의 흥분으로 스스로 게임에 빠졌다. 한해의 수확물을 내다 버렸다. 이성의 마비와 공포를 머리에 새겼다.
부동산이 폭등하는 시기에 집을 구매하지 못해 노후에 머물 집 없이 퇴직한 어른이 있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생긴 나머지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그런지 알 거 같다. 떠나간 열차를 잡으려다 넘어진다.
높은 수익률로 늘어나는 잔고를 보고 있으면 나에게 돈을 늘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숫자에 현실감각이 없어진다. 쉼 없이 오가는 거래 물살에 휩쓸린다. 결국 남은 것은 피폐해진 정신이다.
1년 간의 꿈을 꾸고 왔다. 입출금 통장에 놓아둔 것처럼 처음의 상태로 돌아왔고 남아서 다행이지만 잃은 것에 속이 쓰리다. 투자는 하지 말라던 사주풀이 사장님이 뭘 알고 하는 얘기였나 싶다. 떠나간 것에 미련을 크게 갖는 습성이 주식에도 남아있어 잠을 이루기 힘들다.
겸손하자. 그 무엇에도 겸손해야 한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은 나를 어렵게 해 왔다. 막연한 기대감은 실망만 안겼다. 마냥 행복해진다는 건 불가능하구나. 수행하듯. 겸손하게. 정진하는 삶이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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