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끝난다. 3월이 되면 정기인사가 이뤄지고 사람들이 바뀐다. 신입이 들어올 때까지 일이 몰릴 예정이다. 번번이 경고와 당부를 하신다. 일이 바쁠 것이다. 일을 더 줄 것이다. 주어진 일이라면 결국 해내야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게 월급쟁이 아니겠는가. 이런 일상을 바라고 회사를 옮긴 건 아니지만, 빠른 승진을 바라고 옮긴 것은 맞으니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지.
요즘 일기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나사가 빠진 거 같다. 그렇다고 정신 차리지 못하게 일이 바빴는가. 그렇지도 않다. 습관적인 무기력증으로 나를 통제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건강하지 않다. 회사를 옮기고 살이 5킬로 쪘다. 열심히 운동해서 낮춘 체지방률은 다시 높아졌고, 자신 있던 체력도 나약해졌다. 아담해서 좋았던 집은 큰 집으로 옮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나태와 불행.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것을 가로막는 게으름. 반성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퇴근 전의 계획, 자기 전의 후회. 오늘도 가져온 서류는 열어보지 않았고, 목표한 운동시간은 채우지 못했다. 나태한 자아가 깨어나면 좋겠다. 작년부터 한쪽 코가 계속 막혀서 불편했지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병원을 찾으니 약간의 비염과 코 안 쪽이 휘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준 약을 먹었는데 큰 변화가 없는 걸 보면 비염을 고친다고 낫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숨을 잘 못 쉬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하루 종일 피곤하고 나태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산을 내려와서 생긴 증상인가. 나는 촌동네가 체질인 사람일까.
아침에 전화영어를 하면 횡설수설한다. 자연스럽게 모닝콜이 되었다. 전 회사에서는 내 돈을 일부 내고 시작했다. 돈을 이미 내서 그런지 수업을 빼먹는 게 그렇게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이수하지 않으면 오히려 월급에서 차감을 한다. 월급명세서에 찍힌 돈이 줄어드는 건 상상도 하기 싫어서 꿋꿋이 전화를 받는다. 이런 게 행동경제학의 한 갈래 아닐까. 이미 지불한 돈에 대해서는 그 가치가 낮게 인식되는 것.
오랜만에 글을 쓴다. 지나치게 나에게 무관심했던 모양이다. 3월이 되면 사무실을 벗어나서도 나태하지 않은 내가 되어보자. 나태여. 구태여 내게 머물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