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밀린 일기. 돌아가서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줄을 놓아버리면 다시 잡기 힘들다.
밤새는 일. 새벽에 일어나는 출장. 정든 회사를 떠나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까치 무리에 낀 비둘기는 색을 바꾸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뜨거웠던 사랑을 보내고 찾은 건 나의 친구들이다. 놀러 다니고 추억을 쌓는다. 나는 돌아온 탕자이다.
오히려 다시 하는 사랑이 어렵다. 이건 지난 경험이 아니라 내가 나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100을 줄 수 없다. 상대가 좋아도 내가 더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결혼은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하지.
한숨이 나오는 출근. 퇴근하면 찾아오는 무기력증. 이따금씩 찾아오는 인생에 대한 고찰. 나침반이 방향을 찾지 못한다. 오늘 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 숙제는 무엇일까. 하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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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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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쌓일수록 무서운 게 많아진다.
개구리와 친구가 될 수 있고, 잠자리가 귀엽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만지기 꺼려지고 거부감이 든다.
칼을 보고 있으면 겁이 나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오금이 저린다. 여러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지금 나에게 발생하면 어쩌지라는 공포가 생긴다. 아랫집에서 불이 난다면, 지나가던 차가 나를 친다면, 날카로운 물건이 얼굴로 향한다면. 나이가 들면서 걱정이 는다. 어머니가 왜 매일 걱정하시는지 얼핏 알 거 같다.
연애도 그렇다. 미래가 불확실하던 때에 나에게 확실한 건 상대를 향한 사랑이었다. 내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았고 굳건한 관계와 애정 속에서 내 가치를 느꼈다. 이제는 온전히 사랑한다는 마음을 갖기 어렵다. 결혼하기에 적합한가 고민하고 관계 지속성에 의구심을 가진다. 시간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내가 마주한 지금을 바라보며 산다는 게 더 어려워진다. 얼마만큼의 미래가 내게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기대수명 80세를 가정한 합리적 인간으로서 걱정하고 대비하며 산다. 다양한 공포가 있다. 물리적으로 겁이 날 때가 있고, 내가 맺은 관계가 버거울 때도 있으며, 흘러가는 시간이 두려울 때가 있다. 오는 잠을 물리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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