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이다. 날씨가 좋았다. 밖에서 축구하기에 적절한 서늘한 토요일이었고, 등산하기에 적합한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열심히 뛰다 보면 힘들지만 몇몇 잘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친구와 공을 주고받는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으로 고단한 평일에 찾아오는 여가를 채우겠지. 김밥을 싸서 낮은 산에 올라서 저 멀리 옛날에 다니던 학교를 바라보며 배를 채우면 평화롭다. 이런 주말이라서 평일이 더 힘들까. 일이 지독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다. 가장 일이 많은 선배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져서 걱정이 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을 보면, 몇 년 뒤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던데, 나도 그런 미래를 맞닥뜨릴까. 우울하다.
내게 한달이라는 여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얼 할까. 여행을 가야지. 어디를 갈까. 또 유럽에 가고 싶다. 만하임에 가서 되너를 먹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언제쯤. 어쩌면 평생에 다시 못할 수도 있겠지. 올해 승진을 해야 되는데, 왜 나는 점점 지쳐갈까. 승진 빨리 하려고 회사를 옮겼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돈을 조금 더 벌겠다고 정든 조직을 떠나는 것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형은 완고했다. 그 돈 보다 네가 받는 스트레스의 값이 더 클 것이라고. 혼자 훌쩍 떠나고 싶다. 2016년에 가고 2022년에 가고 2025년이 되었다. 2022년에 떠났을 때 유럽에서 가능한 오래 머물걸...
부산에 가고 싶다. 다시 돌아가면 대학을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싸우는 듯한 대화에 적응하기 힘들 거 같다. 지금은 사투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원래도 잘 못했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산에 머물면서 나는 행복했던 거 같다. 20대여서 그랬을까.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다. 20대의 어려움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닌 거 같다. 지나와서 미화된 것일까. 온천천을 따라 걷던 밤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시절. 가진 건 두 다리뿐이었던 그 시절. 말랐지만, 그만큼 지구력이 좋았던 걸까.
요즘의 안정감은 참 감사하다. 일이 바쁘고 내가 지치는 것과는 별개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잘 지내시고, 형제들은 건강히 지내고, 나도 큰 걱정 없이 산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몰아치는 일을 하다 보면 저녁이 되고 회사에서 밥을 먹고 일을 하다 퇴근하고, 냉장고에는 엄마가 준 김치가 기다리지만 나는 먹을 시간이 없다. 그래도 걱정은 없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나 무료함이 걱정이라면, 그건 사치다. 돈으로 사치를 부릴 수 없으니, 이런 사소한 넋두리로 사치를 부려본다. 호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