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검게 물든 콘크리트 바닥을 걸으며
세상이 거꾸로 된 물 웅덩이를 밟는다.
젖은 신발은 싫지만 그래도 젖고야 만다.
그러면 비가 왔구나. 비를 맞았구나.
집에 돌아와서도 비가 대지를 적셨구나.

마음의 바닥이 한껏 젖어있다.
폭우는 그칠 줄을 모른다.
누구에게 가서 내 젖은 마음에 발 좀 적시고 가라
하고 싶지만 그럴 이가 어디에도 없다.
젖은 바닥이 단단해질 때까지
오로지 축축한 공기에 말려야한다.

수증기에 묵힌 빨래의 쾌쾌한 냄새가 내게서 진동할게다.
그렇게 모두 알게 된다. 비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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