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같이 망원경을 들고 늦은 밤에 학교나 가로등 빛이 들지 않는 시골에 가서 하늘을 쳐다보는 게 좋았다. 찬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별을 보고 있노라면 우주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 먼 우주의 별이 보낸 빛이 오랜 시간을 거쳐 와서 나의 눈에 닿을 때, 황홀했다. 망원경으로 마중 나가서 그 빛을 보고 있으면 추워도 즐거웠다. 별은 겨울에 잘 보이는 법이라고 배웠다.
가로등 빛이 침입하지 못하는 고요한 밤길을 걸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무수히 많은 별이 인사를 건넸다.
이곳에 오래 있었지만 떠나기 전날에 깨달았다. 나는 별이 잘 보이는 곳에서 지내고 있었구나. 많이 봐 둘걸.
세상만사가 다 그런가 보다. 끝날 때가 되어서야 그 가치가 다시 다가오고, 끝나고 나서야 좋은 것을 두고 왔음이 느껴진다.
나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많은 세월이 지나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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