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

광안역 5번 출구에서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9분 15초.
내륙 촌놈이라 바다를 좋아해서 그런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코를 지나 횡격막을 수축시켜서 그런 건지
해수욕장까지 걸어가는데 왠지 모르게 설렜다.

해수욕장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18분 57초.
물은 보는 것만 좋아한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고 물이 들어가는 건 더 싫어해서 인도로 걸었다. 혼자 걸어서 걸린 시간이니 둘이 걸었다면 다르겠지.

태풍이 지나간 뒤라 모래가 많이 유실되었다. 모래사장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없었다. 파도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걸 좋은 일이라 해야 할지. 광안리에는 귀여운 강아지가 많다.

방파제 근처에서 깊은 물속을 보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위험이 느껴지지만 나는 안전한 상태. 내 핸드폰이나 지갑이 손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괜히 꽉 쥐게 된다. 놀이기구의 안전장치를 확인하듯.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벚꽃이 유명한 거리지만, 이곳에 벚꽃을 보러 온 적이 없다. 혹시 몰라. 내 머리가 나빠서 기억 못 하는 것일지도. 재개발되면 이곳도 없어지겠구나. 나중에 오면 천지가 개벽했다고 느끼겠지. 부산에 온지도 10년이 되어간다. 강산이 바뀌었나. 내가 스무 살에서 스물아홉 살이 되었지. 어느덧 내 제2의 고향이 되었다. 떠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구나.

파도가 일며 번지는 수증기가 해안가를 뿌옇게 만들었다. 먼지인가 싶기도 했다. 빨래가 잘 안 마르겠구나.

나의 20대를 잘 담아두고 떠나야지. 올 때마다 기분 좋게 꺼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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