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좋다. 축구하러 많이 왔던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에 바람 쐬러 왔다. 내가 축구를 하다가 팔이 부러진 곳이다. 처음으로 119 구급차를 타봤다. 그때 같이 구급차에 타서 나와 함께 있어준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수술을 하다 보니 내 인생이 남들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남들이 갈 때 군입대를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선택점 가운데 늘 떠오르는 지점이다.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은 직장을 얻었을지도 모르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껏 만나온 사람을 마주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내가 누려온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행복이 가능하다한들, 같은 행복은 아니다.
연구를 할 때는 가설을 세우고 시작한다. 가설은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가설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인생의 가정과는 다르다. 여러 지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들, 나는 똑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내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골랐다. 그 좋음이 효과적인지, 당위적인지, 윤리적인지 그 기준은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은 선택을 해왔다.
축구하다가 마지막 한 골을 더 넣기 위해 나는 뛸 것이다. 대학 오기 전부터 고시를 준비하고 싶어 했으니, 이왕 군대를 안 간 김에 똑같이 고시반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가도 노는 게 더 좋을 거고, 고시를 준비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었으니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다시 살아도 결국 지금의 내가 되지 않겠나 싶다.

스포원파크는 여러 번 갔지만 처음으로 경륜장에 들어갔다. 안에는 남녀노를 불문하고 사람이 많았다. 어르신들의 취미생활이었다. 몰랐던 세계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기웃하다가 결국 나도 한번 배팅을 해봤다. 눈앞에서 선수들이 경쟁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결국 잘못된 배팅을 해서 회수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경험 값으로는 알맞았다. 이런 세계도 있다.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고 접하며 살아가야지.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인생.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과거. 그저 오늘에 충실하면 됐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경쟁하는 경륜장의 선수처럼.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라 하더라도 나는 한 바퀴를 돈 내가 되는 거다. 무가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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