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리아역에 내려서 롯데 아웃렛까지 걸으면 10분도 안 걸린다.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매장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있는 게 더 좋았다. 나 혼자만 그 매장에 있으면 직원이 너무 많은 신경을 써준다. 그로부터 자유로우려면 나 외의 다른 고객이 필요하다.
가격부터 확인하는 그런 습관은 언제 버릴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 같다. 월급쟁이로 살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마땅히 살게 없어서 금방 나왔다. 다른 것도 보면 좋았겠지만 목표지향적인 쇼핑이었다. 내가 찾는 게 없으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이곳이 자본주의의 풍요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것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나저나 표준어는 아웃렛인데 정식 명칭을 왜 아울렛으로 쓸까. 신기하다.

속세의 상념을 벗기 위해 해동용궁사로 걸어갔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해동용궁사 입구는 다른 어느 곳보다 자본주의적인 공간이었다. 양 옆으로 맛있는 간식을 파는 가게와 포차가 줄지어 있었다. 번뇌를 뒤로하고 사찰로 들어서려고 하는데 습하고 더운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스쳤다. 지나치지 못했다. 결국 시원한 커피의 카페인을 충전하고 입장했다.
비가 내린 뒤라 길이 아주 미끄러웠다.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넘어졌다면 걸어서 돌아가지는 못했을 거다. 세차게 치는 파도가 복잡한 마음을 풀어주는 듯했다. 얼룩진 나를 씻겨준다. 그런 감동을 받으며 경치를 구경하고 다리를 건너 사찰에 들어섰는데 이곳도 온갖 장사로 복잡했다. 소원을 빌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행위가 그 아름다움을 헤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경치는 좋았다.

평온한 바다가 아니다. 돌에 부딪혀 철썩거리는 파도가 내 뺨을 때리는 기분이다. 정신 차려 이 녀석아. 기분만은 아니었다. 일기예보를 믿고 우산을 들고 가지 않았는데 비바람이 몰아쳤다. 돌아가자. 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젖은 머리와 비로 어둠을 들인 옷. 이적의 '빨래'를 들으며 돌아가자.
빨래를 해야겠어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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