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커피와 어제 마트에서 사 온 와플이었다. 3유로를 내고 조식을 먹을 수 있지만 시리얼이 주된 메뉴였으므로 먹지 않았다. 바게트는 있어줘야지. 식빵은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아침은 늦지 않게 일어났지만 오전은 면접 준비를 했다. 타지에 와서 내 할 일을 하는 기분은 좋다. 낭만적이면서 생산적인 삶을 사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는 지금은 피곤하다. 놀기만 하다가 면접을 준비하려니 어렵다. 그저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좋겠다. 면접인데도 경쟁률이 세다 보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새벽에 한 화상면접 점검은 무탈했다. 면접 유의사항도 들었다. 다만 실제 면접할 때는 호스텔이 바뀌어서 괜찮아야 할 텐데.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면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천천히 씻고 어제에 비해 따뜻하게 입고 외출했다. 하늘이 맑았다. 영국도 이런 날씨가 가능하구나. 하늘이 맑다고 날씨가 따뜻한 것은 아니다. 추웠다. 얕봤다. 우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시내 구경도 하고 점심도 먹어야 했다. 호스텔이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어서 20분은 걸어야 한다. 특히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강가의 풍경이 좋다. 내일은 강을 따라 산책을 해야지 라는 결심을 하며 건넜다.

어제 들르긴 했지만, 밤에 와서 아무것도 없던 샴블스 거리를 왔다. 여러 매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아주 붐볐다. 다들 어디서 온 관광객인가. 지역 주민인가. 요크에 와서 놀란 점은 아시아인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중국 사람이 많다. 중국에서 유명한 관광지인가 싶다. 한국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렇게 느끼는 언어적 고립감이 좋다.

배가 고프다. 그리고 춥다. 영국에 왔으니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요크에서 맛있다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현금만 받는 다고 적어뒀다. 나에게 파운드는 한 장도 없다. 결국 다른 집을 찾았다. 조금 걸어가야 했지만 피시 앤 칩스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식당을 잘 못 고르면 그 여파가 클 거 같았다. 제법 먼 길을 걸어가서 2층에 앉았다. 피시 앤 칩스와 콜라를 시켰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바삭한 생선과 굵은 감자튀김.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감자튀김의 튀김옷이 너무 얇다는 것인데, 그래도 맛있다. 유럽에서 내가 간을 조절하면서 먹는 음식이 흔하지 않은데, 영국 음식은 대체로 그런 것 같다. 나름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혹시 누군가 요크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는다면 이 식당을 추천하리라.

나는 호스텔로 돌아왔다. 요크에 사는 영국 친구를 만나려면 그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밖은 추웠고, 저녁을 함께하려면 옷을 더 단단히 입고 나와야 했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누워서 낮잠을 잤다. 추운 몸이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잠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감기 걸리지 않으려면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잠꼬대를 한 거 같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의 충전이 끝났고, 약속 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았다. 추위를 막을 수 있게 옷을 다시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내복을 꺼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사이에 방에 새로운 아저씨가 왔는데 다른 분들과 즐겁게 축구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함께 하고 싶었지만 지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일이 조금 늦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시내를 산책했다. 요크 민스터 성당 뒤에 작은 공원이 있다. 입구에는 이 공원에서는 공놀이도 안 되고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다고 적혀있다. 그저 평온함을 즐기시라. 덕분에 나는 좋았다. 노을 지는 도시를 걸으며 풍경을 즐겼다. 그리고 해가 다 지고 나서 친구가 왔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해가 다 지고, 친구가 퇴근이 늦어 사과한 시간은 5시가 되지 않았다. 요크에서 저녁은 지나치게 빨리 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맥주를 한 잔 마시러 갔다. 맥주 한 잔이 내가 생각한 한 잔이 아니다. 첫 잔에 내 주량을 다 채우고 넘쳤다. 영국에서는 추울 때 마시는 술을 알코올 재킷이라고 부른다. 나도 알코올 재킷을 두르게 되었다. 그간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마요르카에 있을 때 얘기도 하고, 그의 사는 얘기도 하고, 나의 면접 준비 얘기도 하며 잔을 비웠다. 술이 약한 나를 위해 그는 쓰고 강한 영국 맥주 대신 체코 맥주를 권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한 살 차이인데 많이 성숙해 보이는 것은 부족한 내 영어 때문일까 내가 그냥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일까. 어제 만난 미국 친구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친구인데 나보다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 보였다. 문화의 차이일까. 내 인식의 문제인가. 언어의 능숙도가 문제인가.

제대로 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야시장이라고 해야 할까 푸드 코트라고 해야 할까. 야외에 텐트가 씌워진 2층짜리 큰 구조물 안에 여러 식당이 들어서 있다. 좌석마다 QR코드를 찍어서 주문하고 핸드폰으로 결재까지 가능하다. 결재하면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굉장히 편리하다. 부산에 있는 비콘그라운드와 조금은 유사한 구조인데 성공 사례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맛있었다. 현지인이 데리고 간 일종의 핫플레이스였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이 영국을 가서 다른 나라 음식을 먹으면 성공한다고 했다. 오늘 느꼈다. 이탈리아 피자와 브라질 플레이트를 먹었는데 성공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알코올 재킷이 효과를 다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추위가 매서웠다. 그의 안내를 따라 요크의 밤을 걸었다. 강을 따라 구경하고, 함께 집 쪽으로 걸어오다 헤어졌다. 며칠 전 가정사로 마음이 어렵고, 일로 바쁘면서도 이렇게 환대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환대를 베푸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내가 받은 만큼 상대에게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

날이 추워서 스페인에서처럼 늦게까지 밖에 있을 수 없다. 지금 보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날씨가 좋으니 밤까지 놀 수 있다. 돌아와서 하루를 정리하며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기분이 좋다. 추위 때문인지 낮잠을 잤어도 피로가 몰려온다. 요크는 아주 작다. 이미 중심거리의 길은 외운 듯하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어느 곳이든 좋은 배경으로 찍을 수 있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도 있다. 여행을 계획할 당시에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이곳에 올 줄 몰랐다. 여행을 시작하며 처음 만난 사람을 여행의 말미에 다시 만나러 여행을 하다니. 여행의 낭만을 하나 이뤘다. 그나저나 100ml이하의 클렌징폼을 파는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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