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2025. 9. 5. 01:07
남남
2025. 9. 3. 23:44
살결을 맞대고 누워 있었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가족과 친구를 알고 지냈다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다 한들
이별 후에는 결국 남남이다
떠나면 남, 남으면 가족이다
매일 보던 친구, 동료였다고 하나
작별인사를 끝으로 멀어진다
삶의 터전을 옮겨 다니며
몇 년 간 많은 사람을 떠났다
가깝던 이를 벗어나며 살았다
떠나는 기분이 무척 홀가분했으나
무책임하게 떠돌아도
남겨진 내가 남겨둔,
녹지도 마르지도 않는
관계의 잔여물 여운
떠난 이를 떠올리는 것은
남은 이의 몫이다
여운의 향기를 마시는 것은
남은 이의 짐이다
선택
2025. 9. 1. 21:42
다른 세계선이 있으면 좋겠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살면서 의미를 찾아가는 게 진리라지만, 찾아오는 미련을 돌려보낼 수 없다. 어땠을까. 내가 그때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부산으로 진학한 선택. 행시에 발을 들인 선택. 대학원을 간 선택. 장교로 복무한 선택. 대전으로 취업한 선택. 이직을 한 선택. 울산으로 온 선택. 그 간에 있었던 만남과 헤어짐. 중요한 결정의 시기마다 만들었을 나의 여러 인생.
돌아보지 않는 선택이 없다.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살아지는 것일 뿐이다. 때때로 돌아보고 후회하고 자책하며 읊조린다. 어땠을까. 그러면서 주변에는 선택했으면 그냥 돌아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참 모순적이다.
나는 돌리고 싶은 선택이 많은, 후회스러운 삶이다. 오늘 저녁으로 먹은 찌개가 매웠다. 청양고추를 두 개 넣은 그 선택마저도 후회가 된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련한 나의 과거에 미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