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애가 끝나는 날, 식당을 나오며 사탕을 챙겼다. 다른 물건들은 정리했지만 이 사탕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유통기한이 헤어진 날로부터 1년이었고, 내가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 느낄 때 사탕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길어도 1년 안에는 정리하자는 다짐이기도 했다.
오늘 밤. 빨간 사탕을 먹으며 일주일을 마무리한다. 로맨스 영화를 봐도, 좋은 풍경을 봐도, 남의 연애사를 들어도 더 이상 그대가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를지라도 아릿한 느낌이 사라졌다. 헤어지던 날 간 빵집의 쇼핑백을 들고가는 사람을 회사 근처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찰나의 시선으로 그 주말의 기분을 망치기도 했다. 한 때는 내 입에서 그대의 이름을 꺼내는 것 조차도 싫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오래된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 그대의 이름을 내뱉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책상 서랍에 넣어둔 사탕이 마음의 짐으로 느껴졌고 없애기로 했다.
봄날의 맑은 햇살처럼 행복했던 기억도, 눈물이 멈추지 않던 쓰라린 기억도 아밀라아제에 녹아 없어지는 사탕처럼 희미해지고 있다. 20대에 한 연애를 잊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불쑥 떠오르더라도 애달프지 않을거다.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테니 그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뜨겁고 차갑고 미지근했던 시간은 빨간맛으로 녹았으니. 안녕.
사탕
2023. 3. 26. 21:39